1월에는 html을 처음 배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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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을 배웠다고 썼다가 html을 배웠다고 고칩니다. 에이치티엠엘. 음률이 느껴지는 네 개의 음절 사이에서 갖가지 재밌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수업 시간에 우리가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같은 대형 플랫폼만을 돌아다닌다면 그건 강남 한복판의 테헤란로만 걸어 다니는 일과 같다는 말을 들었어요. 아, 그건 충격이었습니다. 수업은 서촌의 구석진 골목에서 이루어지는데요, 테헤란로는 미팅이 있지 않는 한 잘 가지 않는데요. 저의 온라인 생활은 잘 닦인 8차선 도로 위에서만 주로 일어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
선생님이 보여주시는 골목 어귀의 웹사이트는 일종의 시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떤 웹사이트는 매우 가볍고 하늘거리는 손수건 같았어요. 그러니까 작가가 하루 종일 만진 문고리를 기록한 곳이나, 영조 씨가 마신 커피의 기록, 지수 씨를 현혹하는 KG 아이티뱅크의 마수, 드문드문 일요일의 풍경을 보여주는 웹사이트까지. 테헤란로를 걸어다니던 저에게 골목 구석구석에 자리잡은 웹사이트들은 자꾸만 시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
시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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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의 잘한 일은 시집을 부지런히 읽은 것입니다. 작년에는 유독 이해되는 시의 말과 자주 마주쳤습니다. 옆에 표지마저 예쁜 시집들을 남겨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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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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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에 처음 등록하고 합평이라는 것을 해보았어요. 한 계절을 참여했는데 글방 선생님은 제 글이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도통 재미가 없으신 것 같았습니다. 글방 친구들은 참 사람이 좋아요. 어딘가 어색하거나 한참 부족한 글에도 일단 "잘 읽었습니다."로 첫마디를 시작하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로 마지막 말을 닫습니다. |
그런데 선생님은 약간 진실의 입이신 거 같아요. 잘 읽지 못 했으면 잘 읽었다는 말이 죽어도 안 나오는 게 분명해요. 그래서 한 계절 내내 빙빙 돌려 전해지는 재미없다는 피드백이 괴로워서, 차마 다음 계절로 넘어가지 못한 채 중도 이탈을 하였습니다. |
그렇게 따지면 작가들은 정말 큰일났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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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재미없다는 말을 들으니 온갖 상념이 들고 선생님을 만족시키고 싶다는 생각에 합평날이 다가올 때마다 초조해 졌는데요, 일반인인 나도 글이 재미없다는 말에 금세 시들어지는데 작가들은 큰일 났다 평론을 어떻게 견디지 싶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 내 글을 참치회 뜨듯 부위별로 살뜰히 해체하여 어떤 부위가 어떻게 맛이 없는지 조목조목 따지는 평을 하고, 그걸 읽은 사람이 나도 저 부위가 특히 맛이 없었다, 이번 참치는 전체적으로 횟감이 별로다, 첨언을 한다면 그 모든 참치해체쇼를 어떻게 견뎌야 할까요. 여기까지 쓰고 보니 그걸 견디는 게 전업작가의 역량인 걸까 싶습니다. 참치를 해체하는 일에 대해서는 그만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
여하튼 시들어진 저는 냅다 밥만 해 먹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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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부터는 거의 아무것도 쓰지 않았는데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삶이란 어찌나 살뜰히 각자의 지분을 챙겨가는지, 온라인 자아를 패대기친 동안 오프라인에서 수습해야 할 일이 분주히 돌아갔고요. 그러던 어느 날, 버드콜에서 월간 레포트를 함께 하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근 몇 달 사이 가장 재밌어 보이는 일이었어요. 제가 "갑자기 열심히 살고 싶어졌어요..." 대답하자, 지수 님이 "아아, 그것은 좋은 일...!" 하셨는데요, 열심히 살고 싶어지는 순간은 흔치 않고, 그 속에 들어와 있는 건 진짜로 좋은 일이지요. |
그리고 이번 달부터는 html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저번 시간에는 표 만드는 법을 배워서 오늘 이렇게 네모난 테이블 안에 회고를 적습니다. 일기를 오래 써왔지만 까만 화면 위에 적어보는 건 처음입니다. < 로 시작해서 /와 다시 >로 닫히는 코드들은 웹사이트가 되기 전부터 시처럼 적혀있고, 밥을 해 먹으며 씻고 만졌던 초록색, 빨간색, 노란색 야채들도 시처럼 뽀드득거립니다. 손으로 만든 것에는 시의 속성이 있다는 걸 배운 1월이었습니다. (이 표의 헤드에 쓴 컬러는 'tomato'라는 이름의 색입니다. 수업 시간에는 어쩐지 토마토가 자주 등장하고, 토마토 토마토 계속 말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
그래서 2월에는 이런 걸 하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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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ml을 배우고요. |
일주일에 두 번은 요가를 하고요. |
되도록 밥을 만들어 먹고요. ![]() |
커피와 책을 콸콸 들이키겠습니다. ![]() |